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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억새꽃의 특징

 10월에서 11월 즈음이 되면 온 세상은 울긋불긋 아름다운 단풍과 은행으로 물듭니다. 저마다 각자의 가을을 맞이 하는 듯 등산복을 입고 산으로 향하는 사람들도 있고 길가에 떨어진 은행을 줍기도 하며 산과 들로 소풍을 떠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실 가을이라고 하면 이렇듯 단풍으로 물든 정취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저는 산과 들에 이리저리 뒤덮여서 바람에 맞서 멋있게 피어있는 야생화 억새꽃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앞서서 소개해드린 아름답고 향긋하며 올망졸망한 이미지의 화려한 꽃들과 달리 그저 단순하지만 흩날리는 모습 그대로 은빛 물결을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억새꽃이 진실되어 보이면서 파란 하늘과 대비되는 갈색과 흰색의 조화가 너무나도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민둥산과 들판을 가리지 않고 피어난 억새는 그 특유의 정취와 풍경을 자아내기 때문에 일반 관광객뿐만 아니라 사진작가들에게도 인기 있는 가을을 대표하는 꽃입니다. 튼튼한 뿌리로 금세 대규모의 큰 군락을 만들어내는 억새꽃은 땅속에서의 오랜 세월을 인증하는 듯 층층이 번져서 퍼져 자랍니다. 요즘 SNS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분홍색 빛이 매력적인 핑크 뮬리 역시 분홍 쥐꼬리새란 뜻을 가진 분홍색 억새입니다. 억새는 벼과 억새 속의 여러해살이 풀입니다. 꽃이 피고 지면 자줏빛과 갈색, 금빛이 서로 잘 어우러져서 진한 빛깔을 띄게 됩니다. 주로 산이나 들어서 잘 자라나는 억새는 키가 1에서 2미터 정도까지 자라 큰 경우 성인의 키와 비슷할 정도의 높이를 갖게 됩니다. 억새의 잎은 맨손으로 함부로 손대면 안 될 정도로 길쭉하면서 그 끝이 굉장히 뾰족한 모양이며 잎의 끝방 향으로 쓰다듬게 되면 아무런 손상이 없지만 그 반대 방향으로 쓰다듬게 되면 굉장히 예리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억새꽃은 갈대와 달 버리 풀과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에 자세히 보지 않으면 구분이 조금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 서식지와 피어난 형태를 보면 구분하기가 쉬운데 달 버리 풀은 2미터 이상으로 더 높이 자라나며 꽃의 형태가 갈대과 비슷하긴 하지만 꼿꼿하게 위로 올라가며 자라고, 뿌리가 옆으로 펴져서 기어 자라기 때문에 땅 위에 노출되지 않은 채 꽃이 숙여서 자라지 않고 비스듬한 형태로 자라게 됩니다. 갈대는 억새보다 훨씬 더 큰 3미터 수준으로 자라며 가지가 위로 여러 번 갈라지기 때문에 억새꽃 보다 훨씬 더 풍성한 형태를 자아내며 마치 뒤엉킨 실타래와 같은 형상을 지니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갈대는 고동색이나 갈색을 띠고 물가에서 주로 서식합니다. 그리고 점점 고개를 숙여서 고꾸라지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억새는 은빛이나 흰색이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얼룩무늬가 있는 억새꽃도 있습니다. 억새의 꽃말은 은퇴인데 쓸쓸한 가을의 이미지와 굉장히 잘 어울리며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꽃의 모습을 마치 형상화한 듯한 느낌을 줍니다. 억새는 그 정취를 즐길 뿐만 아니라 줄기와 뿌리는 의학적으로 다양하게 쓰입니다. 줄기는 망경이라 불리며 항암작용을 하고 이뇨, 해열, 해독의 역할을 합니다. 또한 억새의 뿌리는 망근이라 하며 가을이나 겨울에 채취하여 달여서 먹을 경우 통 기혈에 큰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2. 우리나라 억새꽃 축제

선선한 날씨 덕분인지 가을에는 꽃 축제가 참 많습니다. 향긋한 꽃들로 가득 찬 장소도 좋지만 바람에 흩날리는 그 모습 그대로 은빛 물결을 만들어 내는 억새꽃 축제 역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파란 하늘에 대비되는 하얀 억새의 모습도 아름답지만 개인적으로는 석양이 지고 붉은빛이 맴도는 구름 사이로 출렁이는 황금물결이 생기는 해 질 녘 억새의 모습이 장관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억새꽃 축제 장소는 많은 곳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2곳이 있는 데 서로 억새축제의 양대산맥을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두 곳은 바로 경남 황매산 억새 축제와 민둥산 억새 축제입니다. 경남 합천의 황매산은 다른 두 곳과 다르게 산 정상까지 특별한 등산 코스 없이 자동차로 쉽게 도착할 수 있는 편리함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오토 캠핑장까지 갖추고 있어서 여유 있게 하루 종일 억새 군락지를 감상할 수도 있습니다. 5월쯤에는 억새 대신 철쭉을 감상할 수도 있는 황매산은 곳곳에 억새꽃이 깔려 있으며 억새 군락지 코스가 따로 마련되어 있어 그 코스를 따라만 가도 황홀한 억새 물결에 취합니다. 축구장 100개 크기의 30만 평의 큰 규모를 자랑하며 해발 1000미터의 정상에서 아래로 끝없이 펼쳐진 억새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따로 포토존은 마련되어 있진 않지만 어디에서나 찍어도 인생 샷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강원도 정선의 민둥산 억새 축제는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억새밭 중 하나로 유명한 장소입니다. 민둥산은 그 이름처럼 나무가 없는 민머리 산이지만 가을이 되면 정상 전체가 모두 억새로 뒤덮여 사람들의 눈길을 끕니다. 둥그스름한 산 능선을 타고 끝없이 펼쳐진 억새밭은 그 크기가 약 20만 평에 달하며 그 산행코스는 대략 3.3킬로미터 정도입니다. 좁은 오솔길 사이로 사람보다 큰 키를 가진 억새가 쭉 펼쳐져 있어 억새숲 사이로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억새꽃들이 마치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가을이 되면 울긋불긋 화려한 단풍 구경도 좋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새하얀 은빛 물결을 이루는 억새꽃 감상을 하러 떠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